한국 양궁의 우승 비결
한국 양궁 대표팀은 8월 13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우승을 함으로써 한국 양궁 사상 최초로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남자 단체전(김우진, 구본찬, 이승윤), 여자 단체전(기보배, 장혜진, 최미선)에 이어 여자 개인 장혜진과 남자 개인 구본찬까지…
대체 어떻게 했기에 한국 양궁이 30년 넘게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
먼저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학연·지연·혈연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선발전은 보통 8개월에 걸쳐 10번 정도 치러진다. 이렇듯 오랜 기간, 피 말리는 경쟁에서 견디며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2,000여 명의 선수 가운데 최종적으로 4명이 선발되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다.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능력만 본다. 선발 기준은 자신이 지도해서 국가대표로 배출한 선수 숫자이다. 스타 출신이라도 대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자에게는 국가대표 지도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어렵게 선발된 선수들에게는 힘든 체력 훈련이 이어진다. 운동장 돌기 20바퀴는 기본이고 등산과 수영으로 기초체력을 철저히 다질 뿐만 아니라 무박 3일 행군 같은 힘든 훈련을 수시로 하고 있다. 활을 쏘는 연습도 하루에 400발, 많으면 600발까지도 쏜다. 이와 같은 힘든 과정에서도 평가는 계속 이어져 선발된 4명중 3명만 올림픽에 출전한다.
그 다음 체계적인 훈련 방식을 들 수 있다. 한국 양궁 팀은 하나부터 열까지 ‘실전’을 염두에 둔 환경에서 디테일한 훈련을 한다. 작은 변수마저도 통제하겠다는 치밀한 준비가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지키게 한 셈이다. 태릉선수촌에 활을 쏘는 단상,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 주변 환경이 올림픽 경기장과 비슷하게 모의 연습장을 만들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다. 경기장에서는 관중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이어지고 때로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하며 호루라기를 불기도 하는데 이러한 소음을 극복하기 위해서 야구장을 찾기도 한다. 야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시끄러운 곳에서 경기를 펼치며 적응훈련을 한다.
아무리 체력 단련을 잘 하고 환경적응 훈련을 했어도 당일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그래서 담력 훈련을 한다. 인간이 공포심을 최대로 느끼는 높이는 11m 높이인데, 실내 수영장의 그 높이에서 다이빙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공포심을 극복하려고 한다. 정기적으로 번지점프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밖에도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특수 군사 훈련을 체험한다. 육군 최전방 부대에서 밤새 경계 근무를 서기도 하고 특전사의 고공 낙하 훈련, 해군 특수전단의 수중폭파 훈련, 실미도에서의 해병대 훈련도 한다. 눈앞에서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극한 훈련을 통해 경기장에 섰을 때의 긴장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정신을 단련시킨다.
한국 양궁이 자율과 개성을 존중하는 선진국형의 훈련 방식은 아니지만 선수들 간의 치열한 경쟁,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담력 훈련 등을 이겨내고 이룬 성과이기에 그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시상대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까닭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즐겨야할 스포츠를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인간 병기처럼 만드는 훈련 방식에 대해서는 이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