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수진’ 고별 무대
강수진(49)이 현역 무용수로서의 마지막 무대를 마쳤다. 2016년 7월 22일 밤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었다.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지 30년 만이다. 무대를 마치고 인사를 하러 나온 강수진을 향해 객석은 모두 일어나 커다란 붉은색 하트 그림과 ‘감사합니다(Danke) 수진’이라고 적힌 카드를 크게 흔들며 강수진을 연호했다. 지난해 11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내한공연 무대에 서는 것으로 국내 팬들과 작별한 강수진은 이번에 '제2의 고향'인 독일에서 현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강수진은 한국 발레의 간판스타다. 한국 발레를 세계 무대로 이끈 선구자이기도 하다. 1982년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85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86년 이후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96년 수석 무용수 자리까지 올랐다. 99년에는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07년에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장인의 칭호를 공식 부여하는 독일 궁중무용가(캄머탠처린)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직후 발목을 다쳤다. 1년이 다 가도록 솔로는 커녕 군무(群舞)에도 끼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 당시 그녀는 “극장 옥상에 올라갔다가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몸을 떤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뒤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발레리나로서 최고의 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고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으로 부상했다.
1999년엔 더 큰 시련을 맞게 되었다. 왼쪽 다리 정강이뼈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다. 5년 넘게 통증을 참으며 춤을 춘 대가로 완치를 위해서는 15개월 동안 기나긴 휴식에 들어가야 했다. 다시 춤을 출 수 있을지,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암흑의 시간을 넘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그녀의 발이었다. 다리가 회복되고부터는 매일 15시간 이상 땀을 흘리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던지 하루에 토슈즈를 네 켤레나 버려야 했다. 그것은 보통 2주일 치 소비량에 해당한다. 그러자 그의 발에는 이상한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옹이처럼 튀어나온 뼈, 뭉개진 발톱, 마디, 마디 굳은살이 박히고 기기묘묘한 모양새로 변해가고 있는 그녀의 발은 그동안 쏟은 땀과 눈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2014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 감독이 된 강수진은 2년 반 동안 안정적으로 발레단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는 내년 1월까지이다. 임기가 만료된 뒤에도 후배 양성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