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사람

두승 2017. 11. 15. 09:47


 어른이든 어린이든 이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사람은 아마 어머니일 것이다. 오십을 훌쩍 넘긴 어느 시인도 하늘 나라 가면 엄마를 제일 먼저 만나서 세상 일들을 다 일러바칠 것이라고 했다. 칠순이 다 되신 어느 성직자도 구십을 넘기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제 세상에 나 혼자 남았으니 고아가 된 느낌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시절 우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문을 열고 가장 먼저 ‘엄마’를 불렀다.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나도 ‘엄마’를 찾았고 깜짝 놀랄 때에도 ‘엄마’를 불렀다.



 그러나 일생 동안 그 흔하게 부르는 ‘엄마’를 단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옹알이처럼 ‘엄마’라는 단어를 겨우 내뱉을 나이에 누나와 함께 고아원에 버려졌던 한 꼬마, 성장하고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면서 누나와 함께 의지하며 서른일곱의 나이가 되어 버린 청년, 호스피스에서 간암 말기의 그 청년을 만났다. 단 둘밖에 없는 남매지만 그래도 자기가 가장이라고, 누나 먼저 시집보내야 한다고 열심히 울산의 공장에서 돈을 벌었다. 누나도 시집가고 조카도 생기고 본인도 여자 친구가 생겼다며 좋아하던 그 청년은 이제 세상과의 이별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았다.


  얼마나 세상에 대해 화가 나고 살아온 인생이 억울하고 모든 상황에 분노하지 않겠는가! 의료진도 봉사자도 그 분노가 가득 차서 이글이글 불을 내뿜을 것 같은 그 눈빛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벌건 눈빛, 황달 든 얼굴, 복수 찬 배, 수시로 내뱉는 절규. 먹지도 씻지도 않고 잠도 안 자는 그를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고 있을 때 봉사 경험이 많은 어머니 봉사자가 그 방에 들어가서 그 청년의 이름표를 보면서 ‘어머, 우리 아들과 동갑이네’라고 한 마디 했다. 그 뒤 청년은 이 어머니 봉사자에게 어리광을 피우기 시작했다. ‘밥 먹여주세요, 머리 감겨주세요, 손톱 깎아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청년이 퉁명스럽게 어머니 봉사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줌마, 나 소원 하나 들어줄래요?’ 어머니 봉사자는 ‘그래, 말해 봐, 맛있는 것 해다 줄까? 산책 나갈래?’ 청년은 ‘아니요, 나 그냥 아줌마한테 엄마라고 딱 한 번만 불러보면 안 돼요?’ 봉사자는 ‘그래, 불러, 내가 엄마 해줄게’ 청년은 큰 소리로 ‘엄마, 엄마’를 외치다가 다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엄마’를 수십 번 외쳤다. 오직 ‘엄마’라는 단어만을…. 그리고 그 날 밤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를 만나러 한 달을 함께 했던 우리 곁을 떠났다.

손까리따스 수녀, 휴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