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방

생명의 번식 욕구와 생존 욕구

두승 2020. 7. 10. 04:19

 식물은 인간에게 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일부 식물에서 동물과 같은 강렬한 번식 욕구가 있음을 확인했다. 호주에서 자라는 ‘국화쥐손이’ 씨앗에는 스프링 같은 꼬리가 달려 있다. 

 씨방은 스프링의 탄력으로 멀리 날아가고 비가 오면 습기에 스프링이 풀리면서 땅속으로 들어간다. 스프링이 굴착기 역할을 하며 씨앗의 1.5배 깊이로 땅을 뚫고 들어가 발아를 한다. 돌위에 떨어진 씨앗은 다시 말려서 흙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고, 스프링 같은 꼬리가 다 풀렸는데도 땅에 들어가지 못하면 도로 감겨 다시 비를 기다린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제일 큰 '자이언트 세콰이어'는 높이가 95m이고 수령이 2,700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나무는 산불이 나기만을 기다린다. 

 소방관보다 불에 대한 대비가 잘 된 '자이언트세콰이어'는 스펀지 같은 두꺼운 수피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산불이 나도 쉽게 타지 않는다. 이 나무의 씨앗은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솔방울이 열린다. 그 이유는 산불이 났을 때 싹트기가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항상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숲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토양은 이미 양분을 많이 소모시켰고 다른 나무들이 햇빛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불이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숲에서 자랄 때 햇빛을 독차지할 수 있고, 죽은 나무들이 남긴 재가 훌륭한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조류는 가장 복잡하고 화려한 구애방식을 갖고 있는 동물로, 찰스 다윈의 역작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동물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천상 낙원의 새'로 불리는 극락조(Birds of paradise)는 암컷보다 수컷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지구상에는 40여종의 극락조가 있는데  '어깨걸이극락조' 는 파푸아 뉴기니의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어깨걸이 극락조는 짝짓기철이 되면 먼저 주변 청소를 하고, 아름답고 우렁찬 소리로 암컷을 부르는데 암컷이 다가오면 검은 깃털과 가슴의 청록색 깃털을 펼쳐 타원형 원반 모양으로 만든 다음 '깡충 깡충' 뛰며 춤을 춘다. 그런데 매일 같은 장소에서 수십 번 춤을 춰도 짝짓기에 성공하는 날은 많지 않다.

 보겔콥바우어새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 아르팍산에 서식하는 새이며 정자(Bower)를 지어놓고 암컷을 유인하는 습성으로 유명하다. 수컷의 몸빛깔은 암컷을 유인할 정도로 화려하지 않아 특이한 구애행동을 선택하고 있다.

 보겔콥바우어새는 나무와 오두막집을 결합한 멋진 집을 짓는다. 바우어의 건축양식은 정교하고 화려하다. 나무에 이끼를 붙이고 나뭇가지를 꽂아 기둥을 만든 뒤 그 위에 지붕을 만드는데, 바우어새 한 마리가 가로, 세로 1m 정도의 원두막을 만들 때 사용되는 나뭇가지는 최소한 4,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수컷은 나뭇가지를 엮어 정자를 짓고 그 주변에 정원도 만든다. 정원엔 각종 열매, 풍뎅이의 무지개빛 날개, 꽃, 아름다운 빛깔의 돌, 조개껍데기 등을 가져와 색깔별로 장식한다. 장식물이 시들거나 낡으면 새로운 것으로 계속해서 바꾼다. 이런 수고로운 작업의 유일한 목적은 암컷의 환심을 사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동물의 생존과 번식 욕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 있으니 바로 아프리카 콩고에 주로 서식하는 보노보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더불어 유전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데 보노보는 침팬지와 행동 방식이 다르다. 폭력을 수반한 내부의 치열한 권력투쟁이 이뤄지는 수컷 연대의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는 암컷 중심의 사회를 이루고 엄격한 서열이 없는 평등한 문화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는 섹스가 일상이다. 더욱 신기한 사실은 이 동물이 사람처럼 길고 진한 키스를 할 줄 알고, 마주보고 섹스를 할 때도 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발정기와 상관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사랑을 나누는 이들은 종족번식의 수단을 넘어 생존 수단이다. 암컷이든 수컷이든 먹이를 앞에 두고 싸우기보다 섹스를 한 후 사이좋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보노보는 다른 유인원들보다 평화롭게 살고, 늘 사랑을 나누며, 채식을 하는 동물이다. 특히 보노보는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뛰어난 감수성을 지녔다. 새끼와 놀 때는 사람처럼 '비행기 태우기' 놀이를 자주 하고 무리 내 병자나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구박하지 않고 그들을 보살피고 끌어안는다. 뿐만아니라 다른 보노보의 새끼도 보살피며 육아를 돕는 것도 관찰된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사회를 구축한 모습이다.

참고 : EBS 다큐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