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방
한강의 <흰>을 읽고
두승
2025. 2. 14. 10:41
「흰」은 한강이 죽음, 상실, 삶의 연약함을 중심으로 특정한 인물이나 줄거리보다는 흰색과 관련된 기억, 감정, 이미지들을 중심으로 쓴 글인데 시나 수필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한강의 부모가 잃은 아이, 어릴 적 죽은 언니에 대한 기억과 슬픔이 주를 이룬다. 태어나서 겨우 2시간을 살고 세상을 떠난 언니의 짧은 삶과 흰색의 이미지가 결합되며 화자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나도 신혼 시절,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위치한 벽지학교에서 근무할 때 첫 아이를 유산시켜 인연을 맺지 못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같이 일하던 폴란드 번역가의 초청으로 바르샤바에 아들과 함께 6개월 동안 머물며 작품을 써내려간 한강 작가는 혹독한 전쟁을 치른 바르샤바 특유의 분위기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표현했다. 유대인들의 죽음과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바르샤바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인간의 삶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삼라만상의 하얀 것에 대해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알고, 느끼고, 깨닫는다면 우리의 말과 생각과 행위가 좀더 성숙해지리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