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하게 된 한 쌍의 연인이 있었습니다. 남자는 아파트 한 채를 미리 사두었고, 여자는 아파트 규모에 맞을 만한 가구와 가전제품을 점찍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하루아침에 형편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여자의 아버지는 쓰러져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달여 앞둔 날,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여자의 두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혜원 씨, 사실 아파트는 내 것이 아니에요." 그러자 여자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괜찮아요. 전 이제 그 집을 채울 살림살이를 하나도 준비할 수 없는 걸요." 그리하여 두 사람은 단칸 전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남자의 월급은 보통 사람들보다 적었지만 여자는 마냥 행복했습니다.
일 년 뒤 여자의 아버지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사업을 일으켰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조금씩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크고 좋은 가구들을 살 수 있게 되었는데 남자에게 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 전에 남자가 자기를 속였던 사실이 떠올랐고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여자는 친정어머니에게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사실은 김 서방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는 털어놓아야겠구나."
남편은 아무 것도 해 올 형편이 못되는 신부의 마음이 상할까봐 아파트를 팔아 장인의 빚을 갚았고 매달 월급의 일부를 병원비로 썼다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여자는 남편의 깊은 사랑에 행복감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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