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올 3월이면 대학생이 된다. 세계 최고의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나사렛대 플라워조경디자인학과에 지원해 수시 1차에 합격했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대학 입학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들 모녀에게 이번 입학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말썽을 피우며 엄마의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지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웠고, 선배 언니들과 싸웠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한 지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에 가지 않았고, 문제아로 낙인찍혀 결국에는 인근 학교에 강제로 전학 당했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결석을 밥 먹듯 하며 방황을 거듭했다. 남자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활개 치며 다니는가 하면 다른 학교 아이를 때려 병원에 입원시키기까지 했다.
지수의 방황은 2학년 담임이었던 흥덕고 김진만 교사를 만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지수는 “내가 네 아빠가 되어줄게. 지수야 넌 할 수 있어!”라고 건네는 김 교사의 따뜻한 격려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때부터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학교에는 빠지지 않고 열심히 갔다.
“저는 남들이 심어주지도 않는 그저 그런 씨앗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저를 내치지 않고, 왜 지금까지 내쳐졌는지를 물어봐 주시고, 들어주셨어요. 비뚤어지고 싶은 게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 그립고, 사랑받길 원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어요. 엄마와 선생님이 저에게 꽃을 피우는 방법을 알려주시니까 저도 모르게 변해 있더라고요.”
때마침 엄마는 지수에게 플로리스트인 친구 아들을 소개해주었고, 지수는 그 오빠로부터 플로리스트의 세계를 듣고 꿈을 찾게 됐다. 미술반 선생님은 지수와 함께 다니며 플로리스트의 길을 알아봐 주었고, 지수는 매주 한 차례씩 서울에 있는 선생님을 찾아가 개인지도를 받았다.
2학년 2학기가 되자 지수는 변했다. 지수는 ‘꿈을 갖게 되니까 그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며 ‘그 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교 1등을 다투던 같은 반 상현이에게 “나 대학 가고 싶으니까 공부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 친구는 흔쾌히 지수의 개인교사가 됐다. 1학년 때 꼴찌였던 성적은 2학년 말에 3~4등급으로 올랐고, 3학년 때는 2등급까지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수시 1차에 합격했다.
지수 어머니는“험한 세파를 헤쳐 나가기에도 힘에 부치는 터에 하나밖에 없는 딸까지 속을 썩여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묵묵히 참고 기다렸다”면서 “변한 지수의 모습을 보면 이제는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