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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방

캥거루족 49만 명

by 두승 2014. 1. 31.

 

   대기업에서 일하다 정년을 앞두고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그만둔 김모씨(58). 그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딸(28)의 대학원 학비 마련에 등골이 휜다. 퇴직금만으로는 노후 대비에 막내아들 대학 학비, 네 식구 생활비까지 부담하기엔 역부족이다. 김씨는 할 수없이 지난달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한 달 100만원이라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딸이 대학원에 가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섭섭했지만 '무능한 아빠'라는 소릴 들을까봐 말릴 수 없었다."며 고개를 떨군다. 그는 요즘 친구들에게 건강유지 때문에 소일거리로 경비일을 한다고 둘러대고 있다.
 
   호주가 주산지인 `캥거루`는 암놈이 새끼를 앞가슴 아래에 마련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젖 달라면 젖을 주고 먹이 달라면 먹일 주는 동물로 유명하여 모성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포유동물인데, 언젠가 우리 사회에도 부모로서 할 의무를 다해 고등교육까지를 맞춰 줬는데도 부모 곁을 떠나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채 부모로부터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일컬어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40대 캥거루족은 총 48만6,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캥거루족의 존재는 부모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지금의 부모들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다하지 못한 세대라는 점에서 캥거루족이 가지는 무게는 더욱 크다. 캥거루족이 급증하는 이유는 옛날에 비해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도 않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50, 60세대는 가족관계로만 보면 가장 불운한 세대다. 어린 시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배우지도 못하고 가족 먹여 살리느라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식한테도 효도를 받지 못할 것이 뻔 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장성한 자식의 딱한 형편을 외면하지 못해 도와주었다가 부모마저도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가족 구성원 전체가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되는 불행한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퇴직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 전문직 부모들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응답한 노인은 2008년 조사에서 29.3%로 나타났지만 지난해에는 35.1%로 증가했다.

 

   안타깝게도 이 땅에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해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도 많지만, 돈을 벌어도 결혼할 생각을 안 하고 부모 곁에 머물고 있는 자녀들도 많고, 결혼을 했지만 정에 얽매어 손주 봐주고, 반찬해서 갖다 바치며 자녀를 봉양하는 부모들도 참 많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의 예금통장이 아니고 딸이나 며느리의 도우미가 아니다. 손주는 당연히 애 엄마가 키워야한다. 손주 키우느라 관절염에 걸리고, 척추가 고장나고 여행도 못 가고 동참모임에도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등 노후를 완전히 가족이라는 굴레에 갇혀 황금 같은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생은 왕복표를 발행하지 않는다. 내 인생이 중요한 것이다. 이 만큼 힘들게 인생항로의 파도를 헤쳐 왔으면 이제는 내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는 것이다. 노년은 더 이상 가시나무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자식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식의 멍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자식은 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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