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엔 어신으로 불리는 한 남자가 있다. 도구 하나 없이 맨손으로 민물고기를 잡는 권세국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는 1년 365일 강으로 출근한다. 물속에 한 번 들어가면 끼니를 거르는 것은 기본, 밤에 시작한 고기잡이가 날이 샐 때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돌의 형태만 보고도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고, 손에 닿는 느낌만으로도 고기 이름을 척척 알아맞히니 어신이라 불릴만하다.
학창시절, 그는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우연히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음을 발견했다. 바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실력이다. 잡은 고기를 자장면 집에 갖다 주고 친구들에게 인심을 쓰던 그는 20대 후반 전화국에 취직을 했지만 비정규직이어서 희망이 없자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장을 그만둔 뒤 문경시 점촌동에서 세구기매운탕 집을 열었다.
하지만 가게는 파리 날리기 일쑤였다. 어쩌다 손님이 찾아왔을 때는 고기가 없어서 돌려보내기도 했다. 시들시들하거나 오래된 고기는 내버릴지언정 싱싱한 고기가 아니면 매운탕을 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가게들은 냉동고기를 쓰기도 하는데 유독 고집을 부리는 남편 때문에 아내 은실씨는 부부싸움을 자주 했다. 뿐만 아니라 장마철 거센 물살에 고기를 잡다가 급류에 떠내려간 적도 있었고, 바위 속의 고기를 잡으려고 넣은 손이 빠지지 않아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서 펄떡거리는 고기로만 끓여낸 매운탕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가게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지금은 연 평균 2억 5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게가 달린 건물과 상당량의 토지도 구입하여 서민 갑부가 되었다.
권씨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비록 어린 시절 학교 성적은 꼴찌에서 1, 2등을 다투어 빵점, 찌질이로 놀림을 받았지만 자신의 인생철학이 뚜렷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소득이 적고 일정하지 않아서 가족부양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과감히 변신을 시도하는 결단력이 있었고 매운탕 가게를 열었을 때도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재료비가 얼마 들지 않는 매운탕 집에서 최선을 다하면 성공하리라는 신념과 끈기가 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선택하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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