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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치매 어머니 모시는 시각장애 아들

by 두승 2017. 5. 13.


  김형종(56)씨는 서른 살 무렵 포도막염을 앓아 시력을 잃었다. 안구의 혈관층인 포도막에 염증이 생기는 안구질환이 그의 시력을 앗아갔다. 1급 시각장애인이 됐지만 어머니 박안순(99)씨를 극진히 보살피고 있다. 김씨의 하루는 어머니의 아침 식사를 챙기면서 시작된다. 소화 기능이 약해진 어머니를 위해 하루 세끼 다진 고기나 팥, 깨 등을 넣은 여러 종류의 죽을 만드는데 시금치·마늘·참기름을 함께 넣고 만든 죽을 가장 맛있게 드신다고 한다.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어머니는 기저귀를 사용한다. 김씨가 하루에 다섯 번쯤 갈아드린다. 기저귀 안과 밖을 손으로 만져보며 기저귀 갈 때를 챙긴다. 매주 한두 번 목욕을 시켜드릴 때는 담요를 들것 삼아 어머니를 화장실로 실어 나른다.


  김씨는 어머니가 43세 때 얻은 늦둥이였다. 6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구타당한 후유증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농사를 지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2남 2녀를 키우셨다. 김씨는 어머니, 형과 함께 1983년 고향인 전북 정읍시를 떠나 서울에 터를 잡았다. 책이나 정수기 방문판매원, 호텔 안내원 등으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그러던 1991년 어느 날, 왼쪽 눈이 몹시 쑤시고 침침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오른쪽 눈마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참다못해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포도막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실명하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이었다. 그의 나이 서른 살 때였다. 그 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갔다. 그래도 생계를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포도막염 발병 후 3년 만에 그는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을 못보게 됐다.


  함께 살던 김씨의 형이 결혼하면서 모자는 1996년부터 21년째 단둘이 살고 있다. 건강이 나빠진 어머니를 위해 손의 감각만으로 요리·빨래·청소를 한다. 어머니에게 치매 증세가 나타났지만 다행히도 치매는 호전됐다. 아들의 보살핌 덕분이었는지 주변 사람들을 다 알아보고 일상적인 대화도 가능해졌다. 모자는 기초생활수급비·노령연금·장애인연금을 합친 월 100만원으로 빠듯하게 생계를 꾸리고 있다. 결혼해 따로 사는 형과 두 누나들은 가끔씩 들러 이들을 돕고 있다. 주변에선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라’고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씨는 “내 몸이 힘든 것보다 어머니가 곁에 계실 때 더 행복하다. 사랑으로 돌봐준 어머니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라며 돌아가신 뒤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김씨는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효행자로 선정돼‘서울특별시장 표창’을 받았다.
  임선영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