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슬람을 모욕한 미국영화 때문에 리비아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개신교 목사가 불교 사찰인 대구 동화사 탱화에 낙서하고 방뇨까지 한 사건이 일어났다. 불교계의 도박파문에 이어 요즘 개신교 교단에서 치러지고 있는 대표자 선거는 여전히 금품 살포와 상호비방으로 시끄럽다. 개인과 사회에 위안과 평화를 주어야 할 종교가 왜 갈등과 논란의 중심이 됐을까. 평생 종교의 참된 의미를 찾는 일에 헌신해온 비교 종교학자,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서 <종교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밝혔다.
- 국내외에서 종교 간의 분쟁과 갈등 같은 어두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종교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고집하는 배타주의 때문이다. 모든 종교에 표층(表層)이 있고 심층(深層)이 있다. 빌기만 하면 어떤 것이든 다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종교의 표층이다.
- 그렇다면 종교의 심층은 뭔가?
내가 변화하는 체험이다. 기독교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라고 한 것은, 옛날의 내가 죽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깨달음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불성을 깨달아 내가 본질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교회의 성령체험과 불교의 성불이 그런 깨달음이다. 그것은 이슬람도 힌두교도 마찬가지다. 그런 심층의 믿음일 때, 나와 하느님이 하나라는 것, 또 나와 내 이웃이 하나라는 것, 더 나아가 모든 것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예수님과 부처님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하게 된다.
- 종교란 믿음을 전제 하는 행위 아닌가?
그렇다. 대부분 종교는 표층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다음이 문제다. 점차 심층으로 나아가야 하고, 지도자들은 그렇게 이끌어야 한다. 경전의 문자적·표층적 해석에 머물면 곤란하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들어온다고 믿는 격이다. 가족 간, 또는 불우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것이 산타클로스의 정신이라는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 국내에서 종교 내부의 비리 때문에 대외적으로 종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데~
많은 종교인들이 종교를 배금주의, 출세주의, 성공지상주의 등 개인과 집단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목회자나 스님들이 권력에 기생하거나 스스로 권력화된 탓이다. 신도수와 교회 건축만 키우고 기복만 강조하는 행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같은 광신과 미신 사이를 오가는 천박한 종교의식이 문제다. '값싼 은혜'나 파는 종교 행동을 걷어치워야 한다.
- 종교 간 대화와 화해의 답은 무엇인가?
다른 종교는 다 틀려먹어서 그들을 모두 개종시켜야 한다는 것은 억지고 무지(無知)다. 남의 종교를 공격하는 것은 수 천 년 전 부족사회 사람들의 낡은 신관(神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휴대폰 시대로 바뀌었는데 왜 종교는 낡은 문자에 사로잡혀 있는가. 내 어머니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고백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기 어머니가 최고라는 고백과 상충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남의 종교를 더 많이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내 종교의 위대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오강남 교수는 1971년 캐나다로 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쳤다. 2006년 정년퇴임 후에는 명예교수로 6개월씩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집필과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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