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다. 남편은 괜찮다고 했지만 4년째로 접어들자 나는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부모님들의 권유로 병원에도 가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급기야 나는 직장도 그만두고 시댁에서 보내온 한약을 달여 먹으며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친정에서도 걱정이 되는지 날마다 확인 전화를 했고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말소리에 '임' 자만 들어도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아가야, 내가 기석이 한테 물건 하나 보냈으니 받고 나서 전화해라." 전화를 끊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꼭 깨물었다. '분명 또 한약이겠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불안하게 방안을 서성이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당신 뭐하고 있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들어서는 남편이 너무나 미웠다.
"이번엔 또 뭐야, 당신 어머님 참 정성도 대단 하시네" 비꼬듯 말을 던지고 남편 손에 든 가방을 확 낚아챘다. 순간, 손이 휘청거렸다.
"어? 이게 뭐야" 가방 속에 내가 상상했던 보약 대신 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응, 집에 갔더니 어머님이 꽃씨를 주시더라구. 당신 주라고 하길래 오던 길에 저쪽 공원에서 흙 좀 퍼 왔지" 나는 얼른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아가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꽃씨를 심어서 잘 키워봐라. 뭐든 정성을 기울이며 느긋하게 기다리면 원하는 일이 잘 이루어질 거야" 나는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져 아무 말도 못했다. 정말 그 정성 때문일까. 그해, 꽃씨에서 새싹이 돋아날 무렵 우리는 부모님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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