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 특별자치주 블레베란 마을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570여㎞ 떨어져 있다. 1,785가구 5,700여 명이 사는 깡촌이다. 대부분 자기 땅이 없어 소작을 하거나 노점,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꾸린다. 무직 비율도 20%에 달한다. 운전기사, 공장 노동자 정도가 변변한 직업이다. 족자는 가난하다. 올해 월 최저임금이 자카르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6만 5,000루피아(약 14만6천원)로 전국에서 꼴찌다. 블레베란은 족자 안에서도 빈촌에 속한다.
2015년 어느 날 한국인이 마을에 찾아왔다. 홍승훈(37) 새마을세계화재단 인도네시아사무소장이다. 그는 새마을시범마을 조성을 제안했다. 이듬해부터 여러 작은 사업이 시도됐으나 보수적인 마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주민들은 익숙한 작물 재배만 고집했다. 실패가 목전이었다. 재단은 마을의 고질인 물 공급 부족부터 해결했다. 수원지가 험한 곳에 위치한 데다 동력원이 디젤이라 기름이 떨어지면 물이 끊기기 일쑤였다. 동력원을 전기로 바꾸기 위해 2년에 걸쳐 수원지부터 마을까지 전봇대 100여 개가 세워졌다. 2018년 1월부터 생활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물길이 열리자 주민들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다.
홍 소장은 버섯 재배를 제안했다. 대부분 주부인 마을 여성 70여 명은 15개 클롬폭(모임)을 결성했다. 한국의 전문가가 가장 적합하다고 조언한 느타리버섯을 키울 버섯재배사 15개가 곳곳에 세워졌다. 네댓 명씩 짝을 이룬 여성들은 버섯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배지를 공급받아 본격적으로 길렀다. 하루 몇 시간 노동으로 월평균 우리 돈 8만 원이 수중에 들어오자 여성들은 신바람이 났다. 이전엔 남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 수입이 15만 원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 보고르농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버섯 생산부터 유통까지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한국의 버섯센터를 본받아 버섯 재배와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먼저 나선 여성들의 도전이 블레베란을 변모시키고 있다. 잠재된 열정을 깨운 한국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찬유 특파원, 한국일보
'감동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을 아시나요? (2) | 2023.09.23 |
---|---|
연 매출 3억 서민갑부 파스타 맛집 (0) | 2022.02.23 |
60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0) | 2021.12.24 |
역사의 인물 '안의와 손홍록' (1) | 2021.11.04 |
항승♥주리 커플의 러브 스토리 (0) | 202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