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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방

한강의 ‘소년이 온다’ 를 읽고

by 두승 2024. 11. 23.

 <소년이 온다>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강6번째 장편소설이다. 201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출판했다. 19805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강의 소설은 구성이 특이하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조명이 움직이는 것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인물들의 모습과 개성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영화나 연극을 연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년이 온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어린 새>

 누군가 소년 '동호' 를 지켜본다. 호칭도 이다. 조금 으시시하기도 하고 긴장감이 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중학생인 동호는 같이 길을 가던 친구 정대가 군인들의 총을 맞아 쓰러져 죽는 것을 보면서도 혼자 도망친 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후 정대를 찾기 위해 시신이 안치된 곳을 찾아다니다가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상무관에서 시신 수습하는 일을 돕는다.

 

2<검은 숨>

 2장에서는 호칭이 이다. 친구 정대의 영혼이 등장한다. 정대는 자신의 몸이 수많은 시신들과 함께 쌓여 있다가 불태워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는 동안 누나의 죽음을 직감하고, 자신과 누나를 죽인 사람들을 원망하다가 시신이 다 타서 없어지자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동호에게 찾아가려 하지만, 그 순간 동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3<일곱개의 뺨>

 동호와 함께 시신 수습을 도왔던 여고생 은숙이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공허한 삶을 살아간다. 은숙은 희곡집을 번역한 사람이 어디 있는지 추궁당하며 형사한테 일곱 대의 따귀를 맞아 피부가 터지고 퉁퉁 부었지만 잊으려고 노력한다. 은숙네 출판사는 희곡집을 다시 출판하려 해도 검열에 걸려 내용이 전부 삭제당하자 처벌을 피하면서 공연을 하려고 대사를 읊는 대신 입모양으로만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4<쇠와 피>

 계엄군과 싸우기 위해 도청에 남았던 한 남자가 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군인들을 차마 쏘지 못하고 체포된다. 체포된 사람들한테 처음에는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지만 재판을 받기 위해서 교도소에 수감된 뒤에는 법정에서 고문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볼펜을 손가락에 끼워 뼈가 드러나는 고문을 반복하고, 식사 시간에는 한 식판에 밥 한 줌, 김치 몇 조각을 주면서 둘이서 같이 먹게 한다. 너희들은 애국자가 아니라 굶주린 짐승이라는 것을 입증하려고 일부러 꾸민 짓이었다. 그들은 누구 지시로 시위에 참여했는지 추궁을 하며, 허위 자백을 할 때까지 야비하고 졸렬한 고문을 계속 했다. 당시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중 하나인 진수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끝내 자살을 택한다.

 

5<밤의 눈동자>

 주인공은 동호, 은숙처럼 시신 수습을 했던 선주이다. 선주는 시민군들의 증언을 받아 책을 쓰고자 하는 한 작가의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선주는 녹음을 준비하면서 십대 때 여공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노조원들과 함께 시위를 했던 일, 민주화운동 때의 성고문이 트라우마로 남은 일 등을 회상한다. 당시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그녀는 큰 맘 먹고 예전에 같이 노동운동을 하다가 오랫동안 연을 끊고 지냈던 성희 언니의 문병을 간다.

 

6<꽃 핀 쪽으로>

 동호 어머니의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그날 밤 동호를 데리러 도청에 갔지만 끝내 아들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그 후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시위를 하다가, 나이가 들어 집회에 참여하지 못해도 계속해서 동호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자식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너무도 절절하게,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되어 인상적이었고 슬픈 내용이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면서,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닌 당시 사람들이 겪었던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조명한다. 각 인물의 시선을 통해 당시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우리가 과거의 비극을 잊지 않고, 그 비극을 통해 진실을 직시하며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1980518~27)2009년 광주시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 수가 163, 행방불명자가 166, 부상으로 숨진 사람이 101, 부상자 3,139명이었다. 1981년 신문 보도에 의하면 광주 사태를 공산주의자들과 폭도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규정하였다. 이렇게 광주 민주화 항쟁은 역사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다가 1987년 진상이 공개되고, 세상에 알려졌으며 광주 사태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자리를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