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간된 한강의 장편소설인데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인간 존재의 본질, 폭력과 억압, 가족간의 갈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1부는 고기를 거부한 여자 ‘영혜’의 이야기(채식주의자), 2부는 몽고반점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몽고반점), 3부는 두 남녀의 파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인혜’의 이야기(나무 불꽃)이다.
<채식주의자>
특별한 매력이 없는 평범한 여자지만 고집이 센 '영혜' 는 어느 날 피가 뚝뚝 흐르는 생육을 먹는 끔찍한 꿈을 꾸고 고기를 멀리하게 된다. 집에 있는 고기를 전부 버리고, 남편한테 ‘고기 냄새가 난다’ 며 잠자리도 거부한다. 영혜의 꿈은 고기를 먹는 것을 떠나 누군가를 때려서 살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고기를 거부하는 영혜는 하루하루 말라간다. 볼썽사납게 광대뼈가 뾰죽해지고 피부가 병자처럼 핼쑥해진다. 남편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자 그녀의 가족들을 불러 도움을 요청한다. 친정 아버지와 어머니가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고 시도하자 자해를 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집안 분위기는 침묵과 어둠으로 빠져들고 영혜는 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병원에서도 어머니가 달여준 한약마저 거부하고, 벤치에서 가슴을 드러낸 채 앉아있는 등 남편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계속 이어지자 영혜 곁을 떠난다.
<몽고반점>
인혜의 남편은 미디어 아트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려는 예술가이다. 집에서는 늘 힘 없는 모습이지만, 자신의 영상을 찍을 때만큼은 열정을 발휘한다. 그는 동생의 몸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는 흥분에 빠진다. 거부할 수 없는 열망에 빠진 그는 도덕적인 금기를 깨고 영혜를 불러 그녀의 알몸에 꽃을 그린 뒤 촬영하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영혜는 떨리는 그의 말에 비해 쉽게 요청을 수락한다. 영혜는 내심 식물적인 삶을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동업자인 후배를 불러 출연을 부탁하고, 그 사람의 몸에도 꽃을 그려 영혜와 함께 비디오를 찍도록 한 뒤 예술적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영혜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촬영하겠다는 그의 지나친 요구에 후배는 스튜디오를 떠난다. 후배가 떠난 뒤 영혜가 서운한 표정을 짓자 자신이 나서지만 그녀는 그 사람보다 꽃에 끌렸던 것임을 밝히며 거부한다. 그러자 다른 후배에게 부탁해 자신의 몸에 꽃을 그리고 영혜와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은 온몸에 꽃을 그린 채로 카메라 앞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며 극도의 쾌락 속에 밤을 보낸다. 정오 무렵 깨어보니 아내가 전화를 받지않는 동생의 집에 와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촬영한 영상을 캠코더를 돌려 이미 다 본 상황이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갖는다.
<나무 불꽃>
그 후 영혜의 언니는 남편과 이별하고, 영혜는 시골의 깊은 산 속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어느날 병원으로부터 영혜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도착해보니 기적적으로 영혜를 찾았다고 한다. 영혜가 깊은 산비탈의 외딴 자리에서 마치 비에 젖은 나무들 중 한 그루인 듯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고 한다.
며칠 후 병원에 들러서 ‘왜, 먹지 않느냐’는 언니의 질문에 영혜는 자기는 내장이 다 퇴화됐을 거라고, 자기는 이제 동물이 아니라고, 밥 같은 거 안 먹어도 햇빛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혜의 거식이 생명을 앗아가기 직전에 이르러 의료진들이 영혜의 사지를 결박하고 코에 튜브를 꽂아 넣는다. 튜브를 삽입하는 데 성공하고, 진정제를 놓아 안정시키려는 순간 영혜는 입에서 피를 뿜어낸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마저 실패하고, 외진 시골의 정신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서울의 큰병원으로 이송한다. 서울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 영혜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영혜는 결코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외튼다. 언니는 영혜에게 속삭인다. ‘모든 것이 어쩌면 꿈인지 몰라~’
영혜의 언니인 인혜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스스로 감당할 줄 아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고, 침착하고 합리적으로 모든 일을 극복해나갔다. 영혜가 망상에 사로 잡혀 채식을 선택하고, 남편이 가정을 돌보지않고 전위 예술(前衛藝術)과 행위 예술(行爲藝術)에 빠져 정신을 못차릴 때도 담담하고 관대하게 대처했다.
누구나 가족 구성원이 많으면 가슴 설레며 만남을 기다리고, 함께 추억을 나누며 즐겁게 대화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마음과 물질을 서로 주고 받으며 행복을 느낀다. 그렇지만 인혜의 가족처럼 엄청난 고통이 몰려올 때도 있다. 인혜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젓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찌르거나, 찻주번자의 끓는 물을 머리에 붙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단단한 끈을 챙겨 산속으로 갔을까? 나도 가족을 이룬 구성원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어보았기에 인혜의 울부짖음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 자신의 십자가가 제일 무거울거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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