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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광주 ‘천원 식당’

by 두승 2013. 9. 18.

  굶주린 아들을 위해 분유를 훔친 엄마, 허기를 채우기 위해 편의점 과일을 훔친 학생, 교도소에 보내 달라며 불을 지른 일용직 노동자. 그야 말로 ‘먹고 사는 일’이 큰 일이 된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싼 값에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309-14번지 대인시장 안에 있는 '해 뜨는 식당'이 그 곳. 밥 한 공기에 된장국, 3가지 반찬이 나오는 이곳 백반 값은, 단돈 천원이다. 덕분에 겨울철 차가운 시장 바닥에 앉아 허겁지겁 끼니를 때워야 했던 시장 노점 상인들도, 일용직 노동자도, 독거노인도, 가난한 학생도, 이곳에서 가장 싸지만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식당의 문은 벌써 1년째 굳게 닫혀 있다. 식당 주인인 김선자(71) 할머니가 지난해 5월 대장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몸을 추스르는 대로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암 덩어리는 할머니의 간과 폐로 전이된 상태다.
  부잣집 외동딸로 태어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았다는 김선자 할머니. 하지만 사업 실패로 졸지에 가난해졌다는 할머니는 쌀이 없어 밥을 못 먹는 고통을, 밥 한공기의 절실함을 온 몸으로 체득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천원만 내면 당당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열게 됐다는 것. 장사가 잘 될수록 적자인 식당을 도와준 것은 이름 모를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쌀 한 포대를, 누군가는 닭 몇 마리를, 누군가는 계란을.. 누군가는 야채를... 결국 천원 식당의 백반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만든 최고의 만찬이었다.
  할머니의 병환으로 문을 닫았던 대인시장의 ‘해뜨는 식당’이 지난 6월 11일 1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주인 김선자 씨의 건강 악화로 문을 열지 못하면서 1년째 영업을 하지 못한 채 폐업위기에 내몰렸는데, 이 소식을 접한 광주 신세계백화점에서 리모델링 지원을 하고 대인 시장 상인회가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날 개장식은 ‘해뜨는 식당’ 주인공인 김선자 씨와 홍정의 대인시장 상인회장 및 상인들, 광주 신세계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 씨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중이었지만 재개장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최근 치료가 잘 되고 있어서 많이 좋아졌다고 근황을 밝혔다. 김 씨는 “식당 재개장을 위해 도와준 사람들에게 모두 감사드린다”며 “꼭 병을 치료해서 내년에는 ‘천원 식당’에서 다시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의 회장은 “식당을 다시 열면서 자원봉사를 해주거나 ‘천원식당’을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다”며 “1,000원 가지고 과자도 사기 힘든 시대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김 씨가 빨리 나아서 일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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