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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방

공부 중독의 후유증

by 두승 2016. 7. 6.


  지난 6월 19일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주최한  ‘문화의 복음화포럼’에서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부모세대로부터 이어진 공부 중독이 청소년과 청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한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대는 학력 자본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었다. 식민지와 전쟁 후 시작된 고성장시대에서 다른 자본보다 학력은 힘이 셌고,  ‘공부했으면 교수 될 수 있었는데, 놀아서 삼성 갔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신화는 채 20년을 버티지 못했다.


  그런 부모세대 아래서 성장한 청소년들이 현재를 살고 있다. 모두가 공부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공부로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덴마크 같은 나라는 공부를 못해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해 성적만을 고집하지 않고 추첨제를 도입하고 있다. 물론 그 나라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당첨될 확률을 높여서 공부하려는 의욕을 갖도록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 눈물겹다 못해 전율을 느낄 정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러한 제도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오로지 성과주의만을 부르짖고 서열만을 중시하고 있다. 하지현 교수가 상담실에서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 원인이 대부분  '부모 세대의 요구와 자녀 세대의 실제 체험이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헬조선에서 말하는  ‘지옥’이란, 무엇을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라는 의미라면서, 열심히 순응하는 사람이나 낙오하는 이들이 다른 길을 추구하는 것도 힘들고, 꿈도 희망도 없는 것이 청년세대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부 중독에 따른 가장 큰 폐해는 청소년들이 가진 전능감 그리고 이것이 채워지지 않았을 때 몰려오는 좌절감과 무력감이라고 했다. 부모들이 '애 기 죽을까 봐' 무엇이든 사달라고 하면 사 주고,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고, 온실 속에서 상처 하나 없이 키운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뭐든 할 수 있다는 만능감은 풍부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오면 참을성도 부족하고 현실의 벽도 높기 때문에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쉽게 시들고, 좌절하고 목숨을 버리는 일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연인 관계에서도 내가 열심히 사랑하면 상대방도 나를 좋아해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복잡한 것도 싫어하고, 인내력도, 배려하는 마음도 부족하기 때문에 데이트 폭력이 난무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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