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이집트 룩소르의 ‘왕들의 계곡’에서 파라오 제18왕조의 12대 파라오, 투탕카문(Tutankhamun)의 무덤을 발굴했다. 투탕카문은 다신교의 이집트를 태양신 ‘아톤’을 숭배하는 유일신교의 나라로 개혁하려던 군주 아크나톤의 아들로 10살에 파라오가 돼 ‘소년 왕’으로도 불린다. 짧은 기간 왕좌에 머물다 18세에 숨졌다.
학계에서는 신전에 나타난 그림을 살펴봤을 때 왕으로서의 그의 활동은 섭정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무덤에 사냥ㆍ전쟁을 지휘하는 장면들이 그려져 있지만 미라를 분석한 결과 그가 오른쪽과 왼쪽 다리에 선천성 질환을 앓아 걷기도 힘들었고, 선천성 구개열도 있어 언어 장애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왕가의 전통인 근친혼과 무관하지 않은 장애였다. 투탕카문 역시 친 누나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러니까, 그가 고대 이집트의 ‘얼굴’이 된 것은 업적 덕이 아니라 무덤 덕이었다. 무덤을 발견한 카터는 64세이던 1939년 3월 악성림프종으로 숨졌고, 호사가들은 ‘파라오의 저주’라는 말을 만들었다.
투탕카문(Tutankhamun)의 무덤은 도굴ㆍ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발굴된 첫 번째 이집트 고대 왕가의 무덤이다. 황금 마스크를 비롯한 수천 점의 유물이 나왔다. 관에서 나온 유물 중 쇠와 금으로 만든 길이 34.2㎝의 단검은 3300여년이 지나도록 녹슬지 않아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단검의 비밀을 풀 단서가 나왔다. 이집트 카이로국립박물관과 이탈리아 피사대학 공동연구팀 조사 결과, 단검은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의 철광석으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형광 X선 분석장치로 분석해보니 단검에서는 철 외에도 순도 높은 니켈과 코발트 성분이 발견됐다. 그 시절 이집트는 청동기 문명이었고, 제련술이 발달하기 전이었다. 당시 기술로 이런 수준의 합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홍해 주변 2000㎞ 안에서 발견된 운석들을 모두 조사했고, 단검의 성분비가 16년 전 알렉산드리아 근처에서 발견된 ‘카르가’라는 운석과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상범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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