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저자 : 켄 로빈슨, 루 애로니카
0 역자 : 정미나
0 출판사 : 21세기북스(2015.12.03.)
중고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입시 지옥을 떠올릴 것이다. 학교 생활은 그저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견뎌내야만 하는 ‘인내’의 공간쯤으로 여겨졌다. 켄 로빈슨 영국 월릭대 명예교수 등 저자는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혁명’에서 학교가 질곡이 된 원인과 결과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들에 따르면 현대 학교 교육은 표준화 교육과 다를 바 없다. 교육의 틀을 만들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부진아나 열등생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켄 로빈슨 교수는 소질과 특성이 서로 다른 학생들을 학교 교육의 획일화한 틀에 가둔다면 재능을 꽃피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표준화 교육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확립됐다. 현 교육제도는 산업화와 경제적 필요에 따라 설계됐다. 이런 교육 설계는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학생들이 성적과 입시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것은 필연적이란 얘기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경제 원칙은 제조 분야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사람에게 대입하면 그렇지 못하다. 학생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르고, 어떤 과목에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다른 과목에서는 부진한 경우가 있다. 연령별로 학년을 나누는 것도 공장에서 ‘제조일’로 제품을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생에는 표준 경로가 없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뜻밖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인물들이다."
시험 점수 자체에 집착하는 학교 시스템은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가 도입한 ‘낙오아동방지법’이 그렇다. 법 도입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모두 14번의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러야 한다. 이들 시험에서 일정한 성적 표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교직원 감축이나 폐교까지 각오해야 한다. 저자들은 시험 없이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핀란드 교육제도에 주목한다. 핀란드의 표준화시험은 고등학교 말에 치르는 시험 한 번뿐이다. 40여년 학교 교육 연구에 몰두한 로빈슨 교수는 교육에서 시험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시험과 등급 없이 평가받는 교육법도 예로 든다. 영국에는 프리스쿨이란 학교가 있다. 전통 교수법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학교다. 기존 교육제도에서 벗어난 이런 학교들의 등장은 교육 주체인 학생들에게 잃어버렸던 ‘진짜 학교’를 돌려주기 위한 시도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지금처럼 분업화하고 획일적인 교육 방법은 산업화 시대에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경제적 이익이 높아진다는 개념에 입각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학교 혁명에 돌입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로빈슨 교수는 개인 맞춤형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려면 △인간은 타고난 소질이 서로 다르며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심사와 장점을 살릴 수 있게 해주고 △개인별 진도와 성취도를 격려해주는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 이상 학교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졸업하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표준화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비판하면서 어떤 아이도 외면 받지 않는 개인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승욱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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