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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방

광화문 촛불집회, 100만이 모였다

by 두승 2016. 11. 13.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3차 촛불집회에 100만명이 운집했다. 이는 2008년 광우병 집회의 70만명을 크게 넘긴 것으로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다. 오후 5시부터 5개 코스로 시작한 대행진에서 시민들은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이 주인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방송인이자 천주교 신자인 김제동(프란치스코)씨의 진행으로 ‘만민 공동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김씨는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3년 반 동안 이 땅의 진짜 대통령이 누구인지 밝혀졌다’ 3년 반 동안 이 땅의 진짜 대통령이 누구였을까요? 최순실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써주지 않았음에도 대한민국이 3년 반 동안 이어졌다는 건 이 땅의 주인이 국민 여러분이었다는 게 증명됐다고 생각합니다.”


  민중총궐기에 참석한 남 아무개 씨(서울시 강서구, 30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중요한 임무를 아무에게나 의존한 것이 가장 잘못했기 때문에 하야와 탄핵을 외친다고 말했다. 또 정책적으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인천에서 온 강희원 씨(인천 남구, 40대)는 박 대통령의 두 차례 사과를 들으며 세월호 유가족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2년 넘게 세월호 유가족이 피눈물을 흘릴 때 대통령이 보여준 노력이 대체 뭐였는가?”라고 분노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내내 국민은 없었고, 개, 돼지가 있었을 뿐이며 대통령에겐 오직 최순실과 그 측근만 있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한 초등학생이 직접 박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주황색 점퍼를 입은 이 초등학생은 “저는 글쓰기가 싫어서 제가 말하면 엄마가 받아써줬는데, 대통령은 최순실이 써준 것을 꼭두각시처럼 읽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 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밤에 잠이 안 옵니다.”라고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내용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원래 경찰은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까지만 행진을 허가했다. 그러나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오후 1시 30분쯤 경복궁역 삼거리까지 행진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복궁역부터 청계6가까지 이어지는 율곡로에 행진이 허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치우며 걷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최모(25·여)씨는 “끝난 뒤에 쓰레기 하나 바닥에 없었으면 하는 마음” 이라며 “정권이 국민의 위대함을 좀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모(43·여)씨도 12살 딸과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길을 걸었다. 그는 “처음 나온 집회인데 도착해서 사람들을 보니 마음 뭉클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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