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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생활

수원교구 사제연대 시국 선언

by 두승 2016. 8. 3.


  박근혜 정부 3년 6개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질식하였고, 99%의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국가 공권력은 정권의 사병이 되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들을 단죄하고 언론은 청와대의 앵무새로 전락하여 “99%의 국민들에게 개, 돼지가 되라”고 합니다. 1대 99의 신분제 사회에서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망이 99%의 가슴을 짓누르는 지금, 현실의 절망감은 훨씬 깊고 지속적입니다. 재벌의 탐욕을 위해 빚과 가난은 대물림되어야 하고 무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흙수저와 금수저로 갈라졌으며 저임금과 비정규직은 어찌하지 못하는 족쇄가 되어 버렸고, 우병우-진경준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과 고위 공직자 부패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은폐,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오직 미국의 이익을 위해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국민과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강행 처리한 사드 배치 등 무도한 독재 권력의 무능과 독선, 불통의 폭주는 거침이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참된 민주주의 회복의 시금석입니다.
  지난 6월 30일, 언론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가 정권의 안위를 위해 KBS 보도를 통제하려했다는 증거가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의 보도제작과 편성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꽃다운 학생들과 어린이를 비롯한 국민 304명이 캄캄한 바다 속에서 구조를 기다릴 때 청와대의 관심사는 오로지 정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진실 은폐와 언론 조작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 출범한 세월호 특조위는 진실 은폐에 급급한 박근혜 정부에 의해 손발이 잘린 채 1년 6개월 동안 사실상 공전하다가 강제해산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당리당략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하는 국가적 사안입니다. 진상을 가리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와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총체적 대안 마련의 여부가 곧 우리 사회의 참된 민주주의 회복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불의한 시대 상황에 분노하고, 저항하며 연대할 때입니다.
  이웃과 세상의 아픔에 무관심하고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어설픈 1%의 환상에 빠져 모두가 각자 도생의 길로 간다면 우리는 정말로 개, 돼지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불의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은 불평불만에 가득 찬 이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 저항은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이며 세상이 더 선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굳은 신념 없이는 결코 취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민주주의와 민생이 파탄 난 불의한 시대에 침묵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 함께 살아가는 인간성의 회복, 공동선의 가치가 실현되는 참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천주교 수원교구 사제 124인]

             

               배선영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