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과 평생을 함께 해온 조철현 신부(향년 78세)가 9월 21일 췌장암으로 선종했다. 조철현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이날 빈소가 마련된 전남 광주의 임동성당 지하 강당에서 "고인의 통장을 보니 매달 0원 처리가 됐다"며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줬다"고 덧붙였다. 또 "늘 검소하게 사셨다"며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는 일신을 돌보지 않고 이웃을 챙기며 재물을 나누셨던 사제께서 조용히 떠나시게 됐다"며 "그의 사회 정의와 나눔의 정신이 우리 안에 살아남아 사제들도 신자들도 시민들도 나눔과 정의와 섬김의 삶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사제의 길을 걸으면서도 민주화와 사회운동에 헌신했는데 5·18 기념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고,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 등을 맡아 광주 시민사회의 원로로 활동했다. 조 신부는 지난 1969년 사제 서품을 받고 2006년 사목생활을 마칠 때까지 38년여 동안 아픈 곳을 보듬어 안고 살아왔다. 사목을 은퇴한 뒤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앞장서 장애인시설인 ‘소화천사의 집’과 노숙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열기도 했으며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 이사장을 역임하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해왔다. 로마교황청은 2008년 고위 성직자 품위이자 교황의 명예 사제인 ‘몬시뇰’에 고인을 임명했다. 국내에서 28번째였다.
천주교 신자들의 발길과 연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오 신부를 추모하기 위해 여야 3당 대표와 정치권 인사들도 광주에 모였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안철수,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조비오 신부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21일 빈소를 찾아 "나라가 어려울 때 지도자를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원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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