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정문란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에서도 시국미사와 성명 발표가 줄을 이었다. 천주교 시국선언의 내용을 살펴보면, 특히 가톨릭 사제, 수도자들이 박근혜-최순실 사건을 어떻게 진단하고,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1월 1일 나온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시국선언문은 이 위원회의 권위와 위상 때문에 눈여겨 볼만하다. 정평위는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존중하여 책임 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 공명정대한 재판을 요청하면서 신자들도 현 사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국정 정상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11월 4일 이번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 대국민 담화가 나오자, 정의구현사제단을 시작으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고, 그 뒤에 나온 행동을 볼 때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정의구현사제단은 논평을 내 “대통령은 당장 하야하라”고 외쳤다. 대통령 ‘하야’ 또는 ‘사퇴’라는 말이 없어도, 대통령은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거나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강력한 퇴진 요구도 빗발쳤다.
한편, 시국선언에 나선 천주교에서는 무엇을 문제로 지적했을까? 2013년에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통령선거 개입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사제 2124명이 참여할 만큼, 박근혜 정부의 출발점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시에도 수도회와 교구 사제, 정의구현 사제단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랐고 최순실 씨 등 비선실세로 지목된 이들의 비리 혐의, 국정 개입 의혹이 밝혀진 뒤에는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실정을 지적했다.
그런데 같은 기독교인 개신교계 대표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을까? 보수 개신교의 대표격인 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10월 27일 최순실 씨 사건은 특검을 도입해 철저히 조사하면 된다면서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국정공백”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등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예장통합총회 산하 신학교인 장신대에서는 한 신학교수가 학교 홈페이지에 '최순실을 보기 드문 기독교인'이라고 언급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현 시국과 동떨어진 사태 인식으로 학내에 갈등을 일으켰다. 보수적 원로목회자들도 지난 15일 구국기도회를 열어 역대 대통령의 비리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이 없는 것이라는 둥 시종일관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같은 보수 목회자들의 행태는 기독교적 가치를 따르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경적 가치보다는 과거의 이념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강한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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