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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무너진 삶 세워준 천국

by 두승 2018. 1. 10.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요셉의원은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천국’이라 불린다. 1987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의원으로 설립된 요셉의원은 초대 고 선우경식 원장부터 현재 신완식 원장(68)까지 31년을 이어왔다.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 후원금만으로 운영되지만 지금까지 약 64만명의 가난한 이들을 무료 진료했고 매년 1만여명의 사람들에게 무료급식도 제공한다. 노숙인이나 소외계층의 재활을 위해 미용, 목욕, 인문학 강의, 법률상담 서비스 등도 하고 있다. 요셉의원을 방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노숙인, 쪽방촌 주민,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다. 이들에게 요셉의원의 의미를 묻자 “무너진 나의 삶을 다시 세워준 곳”이라고 입을 모아 답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9월 23일 서울 대방동성당 대성전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요셉의원 개원 30주년 기념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총 4층 건물인 요셉의원 1층에는 무료급식을 하는 식당과 목욕탕, 상담실 등이 있다. 2층과 3층에는 내과, 정형외과, 치과, 약국 등 총 20여개의 진료시설이 있고 4층에는 음악치료, 영화 상영, 인문학 강의 등을 진행하는 다목적 도서관과 사무실이 있다. 병원에 상근하는 의사는 신완식 원장 1명뿐이지만 100여명의 전문의들이 요일을 정해 자원봉사를 한다. 의료진 외에도 연인원 2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청소, 안내, 무료급식 등을 돕고 있다. 오후 2시가 되자 정문 앞에는 방한복이나 장갑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무료급식을 기다리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의원 측은 이들에게 목도리와 장갑을 무료로 나눠줬다. 한 사무국장은 “무료급식 시간이면 한꺼번에 150명 정도의 사람이 몰려 모두 건물 안으로 들일 수 없다”며 “추운 날 밖에서 떨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방한도구라도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쪽방촌에서 혼자 사는 유모씨(57)는 요셉의원 치과에서 틀니 치료를 받았다. 지적장애가 있는 유씨는 처음엔 자기 이름도 알지 못해 매일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의원 측이 경찰과 협조해 유씨의 고향과 이름을 찾아줬다. 유씨는 “은혜를 갚겠다”며 매일 박스를 주워 판 돈을 요셉의원에 기부한다. 신 원장은 “의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 할 정도로 자존심이 센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만하씨(52)는 2012년 교도소에서 나와 영등포역에서 노숙을 하던 중 요셉의원을 알게 됐다. 한때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한 이씨는 요셉의원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참여하며 금주에 성공했다. 이씨는 “새해에는 고시원을 나와 임대주택도 얻고 요양보호사 시험도 합격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남을 도우면서 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찬호 기자, 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