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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강릉에 울려퍼진 홀로 아리랑

by 두승 2018. 2. 21.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올림픽 무대에서 한복을 입고 감동의 ‘홀로 아리랑’ 연기를 선보였다. 2월 20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민유라-겜린 조는 기술점수 44.61점, 예술점수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받았다. 쇼트 댄스 점수 61.22점을 합친 총점은 147.74점을 기록했다.



  민유라는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동포다. 싱글로 활동하던 그는 2011년부터 아이스댄스로 전향했다.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내엔 남자 선수가 많지 않은 데다 아이스댄스를 하려는 선수도 거의 없다. 고심 끝에 민유라는 외국인선수로 눈을 돌려 이고르 오게이, 티모시 콜레토와 조을 이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때 만난 게 겜린이었다. 2005년부터 쌍둥이 여동생 대니얼과 선수로 활동했던 겜린도 대니얼이 은퇴하면서 새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고르 시필반트 코치의 지도를 받아 서로를 잘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평창 올림픽에 도전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적이었다. 올림픽은 국적이 같아야만 출전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 국적을 갖고 있던 민유라는 간단했다.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하지만 겜린은 한국 국적을 얻어야만 했다. 다행히 법무부는 특별귀화를 받아들여 지난 7월 겜린은 마침내 한국인이 됐다. 아직 한국말은 익숙하지 않아 기자 회견 때는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할 줄 아는 민유라가 통역 역할까지 맡는다. 그래도 틈틈이 한글 공부를 하고 있어 개인 SNS에 한글로 자주 메시지를 남긴다.
 


  평소 K팝을 즐겨듣던 겜린이 '우리는 한국 팀이니 한국 곡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가수 소향이 부른 '홀로 아리랑'을 선택했다. 의상도 개량한복이다. 코치는 외국인이 많은 심판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며 말렸지만 둘의 뜻은 확고했다. 민유라는 "곡을 고르기 위해 처음 들었을 때 맘에 들었다. 운명인 것 같았다"고 했다. 겜린은 "매일 훈련하면서 음악을 듣지만 감성적이다. 처음엔 아리랑에 관한 이야기를 몰랐는데 알고 나니 더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둘은 훈련 외 시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둘 사이 호흡을 위해서다. 자연스럽게 '둘 사이 연애 감정은 없는지'가 궁금해졌다.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우린 베스트 프렌드."
  김효경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