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현(38) 선수가 한국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금메달을 따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신의현 선수의 과거와 아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신의현은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신의현이 사고를 당한 것은 2006년 2월이었다. 그날은 신의현의 대학 졸업식 전날이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직전, 스물여섯 꽃다운 청춘에게 믿기지 않는 악몽이 찾아왔다. 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맞은편에서 다가온 차량과 정면 충돌했다. 부모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아들의 두 다리를 절단했다.
의식을 회복한 신의현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로 세월을 보냈다. 교통사고 이후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며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그에게 신의현 어머니는 베트남으로 건너가 신부를 찾아왔다. 불과 19살이었던 '베트남 신부' 김희선씨는 말도 안통하는 낯선 한국땅에서 시부모님을 도와가며 공주 밤 농가에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남편이 희망과 의욕을 갖도록 노력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예민한 남편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던 김희선씨의 진심은 마침내 남편 신의현을 움직였다. 선배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한 신의현이 휠체어농구, 장애인 아이스하키, 핸드 사이클, 노르딕스키 등 스포츠의 길로 들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만에 심장 박동을 느끼며 큰 감동을 느꼈다. 숨이 차고 심장이 뛰더라. 그때 내 삶의 심장도 다시 뛰게 된 것 같다.” 신의현은 이후 종목을 넓혀갔다. 겨울엔 장애인 아이스하키, 여름엔 휠체어 사이클을 즐겼다. 어릴 때 얼음 위에서 썰매 타고, 눈밭 언덕에서 비료 포대 탄 게 전부였던 그가 처음 스키를 접한 것은 2015년 무렵이었다. 두 다리가 없으니 스키와 썰매를 합친 ‘좌식 스키’ 위에 앉아야 했다. 좌식 스키는 허벅지를 썰매에 단단히 묶고 강한 팔 힘으로 스틱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눈 구경을 할 수 없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썰매 바닥에 스키 대신 롤러를 달고 훈련했다.
2018년 3월 17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신의현은 34명의 출전 선수 중 33번째로 출발했다. 신의현은 첫 체크 포인트인 0.71㎞ 구간을 2분 13초 0의 기록으로 주파해 미국 다니엘 크노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후 스퍼트를 올렸다. 두 번째 체크 포인트인 2.41㎞ 구간을 7분 11초 90에 끊으며 전체 1위로 나섰다. 신의현은 경기 후반부엔 체력 문제로 추격을 허용했다. 4.95㎞ 구간에서 6.1초 차이로 벌렸지만 5.67㎞에서 다니엘 크로센과 격차가 2.6초 차이로 좁혀졌다. 신의현의 역사는 그러나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신의현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신의현은 그리고 사력을 다해 막판 스퍼트를 펼친 끝에 22분 28초 40의 기록으로 그토록 갈망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의현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신의현 선수는 앞서 3월 11일에는 크로스컨트리 15㎞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인 동메달을 선사했다.
공주에서 밤농사 도우랴 어린 남매 키우랴 바쁜 와중에 한, 중 요리사 자격증까지 따서 훈련에 지친 남편에게 보양식을 직접 차려주는 김희선씨는 이 집안의 복덩어리가 되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3월 22일 “신의현 선수가 대통령 초청으로 베트남 동포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의현과 아내 김희선씨는 이날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순방길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로 베트남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3월 22~24일까지 베트남에서 2박3일간 머무른다. 베트남 국빈방문에서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공식일정과 함께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베트남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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