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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외국에서 '한 달 살기'

by 두승 2018. 8. 14.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김상오(38)씨는 현재 1년간 육아휴직을 낸 후 아내와 7세, 2세 자녀와 함께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한 달 살기 여행'을 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로 여행지를 정한 이유는 물가가 싸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내는 독박 육아에 지치고 나는 아이들 자는 얼굴만 보는 데 지쳐 용기를 냈다"며  "휴직 기간 가족과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한 달 살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항공료는 4인 가족 왕복 300만원이 들었고,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박비와 식비로 하루 5만원가량을 쓴다고 했다.



  6개 국가에서 한 달씩 살아본 뒤 뉴질랜드에 정착한 류재무씨는  “낯선 나라에 단골 가게가 생기고 이웃이 생긴다는 것이 한 달 살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며 여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년 전 유행하기 시작한  '제주 한 달 살기' 열풍이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로 향하는 것이다. 한때 한 달 살기는 고소득자나 전업주부와 아이들, 대학생에 국한된 이색 여행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육아휴직이나 장기 휴가를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세대와 계층에 관계없이 인기를 끈다. 은퇴 후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나거나 이민을 앞두고 '답사 여행'을 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달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살고 있는 주부 김선미(41)씨는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남편 이영화(42)씨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가 먼저 나가 집을 구한 뒤 아이들과 현지에 적응하면 남편이 2주 가량 휴가를 내 함께 지내다가 귀국하는 경우다. 김씨는  "길어야 일주일 휴가를 쓸 수 있던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여행"이라며  "주변에 휩쓸려 방학 내내 아이들을 학원에 앉혀 놓는 것보다 그 돈과 시간으로 외국에서 지내며 시야를 넓혀주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에어비앤비를 통해 37일간 지낼 주택을 50만원에 빌렸다. 물가가 저렴해 하루 2만~3만원이면 생활비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장기 휴가가 익숙한 유럽이나 캐나다 같은 국가에선 이미 여름 휴가를 한 달 이상 쓴다는 개념이 서 있다"며  "주 52시간제를 비롯한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한국에서도 이런 휴가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태준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