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20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63개국중 8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2단계 상승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순위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올해 조사에서 27위를 기록했는데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수치다. 일본은 16위를 기록한 중국에 비해서도 11계단이나 밀린다. 국내총생산(GDP)기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는 명성에 도무지 걸맞지않다. 지난 7월 UN이 발표한 2020 전자정부 순위에서도 한국이 전세계 2위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14위에 그쳤다.
그만큼 일본의 IT 인프라가 형편없다는 뜻인데, 이에따른 난맥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위해 일본 정부가 전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의 특별정액급부금(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시스템이 미비해 결국 우편신청이 이어졌고 서너달이 소요된 게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2주만에 끝난 작업이기에 일본 내 불만이 팽배했다. 뿐만아니라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데이터 시스템이 달라 감염 정보 집계나 공유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다. 가령 확진자 발생시 보건소 담당자가 수기 신고서에 보건소장 직인을 찍어 후생성으로 팩스를 보내는 식이다. 부처간 온라인 회의나 원격수업도 언감생심이다. IT를 활용해 확진자 추적에 나선 한국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경제규모에 비해 일본의 디지털 인프라가 형편없이 뒤지는 이유로 변화를 거부하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느린 의사결정, 부처간 칸막이 관행과 정치의 후진성 등을 지목한다. 실제 일본은 도장 문화가 사회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관공서나 기업의 서류 결재는 물론, 심지어 식당 영수증과 택배를 받을 때에도 확인도장을 찍는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일본의 산업과 IT는 특유의 장인정신에 기반해 정밀기계와 하드웨어 장비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최근 디지털 기반에서는 소프트웨어적 혁신이 더딘 상황"이라면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경직된 업무 메뉴얼에 의존하는 관행과 무관치 않아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성훈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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