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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방

연천의 '가원'에서 이룬 사랑 이야기

by 두승 2020. 12. 21.

 

 KBS1TV 인간극장에서는 11월 16일~20일까지 소소한 행복을 이루는 가원 라이프, 한병석씨와 독신녀 임인숙씨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울창한 숲 속에는 주인이 직접 판 연못, 먹을거리 걱정 없는 계단식 밭이 있다. 안주인이 좋아하는 복숭아, 사과, 블루베리 등 과실수도 골고루 심었다. 15년 동안 묵묵히 혼자숲을 일궈온 그는 이곳의 이름을 ‘가원(家園))’이라 지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코트라에 입사해 러시아에서 십년 넘게 살았지만, 늘 삶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도 찾던 답은 아니었다. 우연히 러시아에서 발간한 ‘아나스타시아’ 라는 책을 접하고 흔들리던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다. 돈과 시간에 쫓기는 삶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 소박한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고향 연천으로 돌아왔고, 책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가원’을 일구기 시작했다. 고향 어머니 댁에 머물면서 자신이 머물 작은 집을 짓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도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가치관을 다른 이에게도 전하고 싶어, 십 년에 걸쳐 ‘아나스타시아’ 열 권을 모두 번역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임인숙씨의 어머니는 알래스카로 가족을 이끌고 이민을 갔다. 그곳에서 보낸 30여 년, 그녀는 열심히 살았다. 미용사로 시작해 꽃집을 운영하고, 동시에 25년간 법정 통역사로도 일했다. 작은 체구지만 당차고 에너지 넘치는 독신녀였다. 돈이 너무 잘 벌리니 밤까지 새워가며 신나게 일했는데 마흔아홉의 어느 날, 그녀는 급성 뇌막염으로 쓰러져 21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다. 그때 선물 받은 책이 한병석씨가 번역한 ‘아나스타시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든 의욕을 잃었을 때, 책을 통해 자연주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 그녀는 그 책의 번역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 머나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연천 시골 마을까지 찾아갔다. 그때는 아름다운 가을, 야생마 같던 들깨 농부는 미국에서 온 독신녀를 덥석 안았는데, 그녀는 강렬한 들깨향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얼마 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비행기 표를 그에게 보냈고, 두사람은 함께 여행을 하며 결혼을 약속했다. 나이 오십에 연천 들깨 농부와 알래스카 독신녀는 가원의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자급자족하는 자연주의 삶, 가원에서 결혼 6년차 부부는 같은 꿈을 꾼다. 가을이면 병석 씬 1년 공들인 논에서 추수를 하고, 들깨를 털면서 몸은 고달파도 마음만은 편했다. 필요한 건 뭐든 직접 만드는 그는 집 안에 아궁이를 들여와 구들을 얹고, 동력을 쓰지 않고도 1년 내내 꽃과 열대작물이 자라는 온실도 만들었다. 그가 15년 전 심은 나무는 여름철엔 아내에게 햇살을 막아주는 그늘과 시원한 바람을 제공하고 가을철엔 멋진 풍광을 만들어 준다. 위기상황에서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기에 지금은 그곳에서 자유로운 평화와 건강을 회복하고, 중년의 달콤한 사랑도 익어가고, 가원을 꿈구는 사람들도 가끔씩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