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일어난 이른바 '여의도 광장 차량 질주 사건'으로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한 할머니가 사형수가 된 범인을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한 아름다운 삶이 일본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올려 진다.
일본 사형폐지 운동의 핵심 세력인 ‘포럼 90’ 관계자와 희곡작가, 소설가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나흘간 한국을 방문 할머니의 삶과 관련된 자료 수집활동을 벌이고 오는 10월 할머니와 사형수가 나눈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극화할 내용은 이미 지난해 11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사형제폐지를 위한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서울 명동 마루 소극장에서 마련했던 연극 '아침 새는 아침이 없다'(연출 서광석)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극단 산맥이 제작해 무대에 올렸던 '아침새는…'는 지난 91년 훔친 차를 몰고 여의도 광장을 거닐던 인파를 향해 질주, 당시 6살 된 어린이를 비롯해 여러 명의 희생자를 낸 사건의 범인이 사형언도를 받은 후 가톨릭 신자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회개와 속죄의 삶을 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손자를 죽인 사형수를 자신의 양자로 받아들여 관대한 처벌을 바라는 탄원서를 내고 따뜻한 겨울을 지내도록 솜털 수의까지 짜서 교도소에 보내준 할머니의 감동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희곡작가로‘포럼 90’관계자와 함께 방한한 재일교포 2세 박경남씨는 “사형수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기까지 한 할머니의 아름다운 삶을 일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일본에서도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나아가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극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이를 통해 아직까지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일본에서 사형폐지를 향한 여론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가출한 어머니와 시각장애로 세상을 비관해온 金씨는 훔친 자동차를 몰고 토요일 주말을 맞아 여의도광장에 놀러온 인파를 향해 돌진했고, 徐할머니는 이때 친손자 信在군을 잃는 슬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손자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徐할머니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기 시작, 金씨에게 관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솜털 수의와 안경을 金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손자를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金씨가 차마 세상에 대한 저주를 품고 이 세상을 떠나도록 내버려 둘 수만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사랑에 金씨도 감읍해 지난 92년 6월 金壽煥추기경으로 부터 세례를 받아 천주교에 귀의했고 사후에 자신의 장기를 기증키로 약속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