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서구 화곡6동, 우장산 자락 끝에 위치한 마음자리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설립하여 예수성심전교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보호시설인데, 일반 운영비는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충당한다. 월 1~2만원의 정성들이 모여 20년을 버텨왔다. 마음자리에서는 여건이 닿는 대로 퇴소한 미혼모의 자립도 돕는다. 간혹 이들을 돕겠다며 수백만 원을 내놓는 ‘고마운 분’들도 있다.
부활절을 앞두고 지난 23일 마음자리를 찾았다. 이곳을 총괄하고 있는 윤미숙(알퐁시아) 수녀는 지난해 2월 부임했다. 예수성심정교수녀회 소속인 그녀는 서원 후 25년 동안 줄곧 노인·장애인시설 등에서 일해 왔다. 불편한 몸으로 삶을 버텨내는 이들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온 셈이다. 작년에 여기 오자마자 뇌가 거의 없는 여자 아기가 태어났어요. 의료진은 몇 시간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죠. 그런데 숨을 쉬지 못해 새까맣게 태어난 아기가 엄마 배 위에 올려 지자 얼굴에 핏기가 돌면서 숨을 쉬기 시작했어요. '뇌 없는 아기를 어쩌나' 걱정이 컸지만 새삼 생명의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나는 아기들이 많지만 가끔 아픈 아기들도 있거든요. 그 후 아기는 5개월 정도 살다 하늘로 떠났고, 당시 23세 엄마는 검정고시 과정을 마치고 마음자리에서 자립해 나갔다.
마음자리에는 미혼모 20명 정도가 1년에서 최대 2년까지 아기와 함께 머물 수 있다. 어릴 적 부모의 학대를 못 견디고 거리에서 10대를 보내다 아기를 갖게 된 어린 미혼모부터 사기당하고 버림을 받거나, 가난으로 오갈 데 없는 이들까지 사연이 제각각이다. 사회로부터 ‘미혼모’라는 편견과 멍에를 짊어졌지만 한 사람씩을 두고 보면 사랑받아본 적도, 무엇인가 누려본 적도, 자신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적도 없는 소외된 이들이다. 마음자리에서 일하는 수녀들과 직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미혼모들이 이곳에 머물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새로운 출발, 삶의 의미와 용기를 되찾는 것이다.
마음자리는 올해 부활절(3월 27일)이 각별하다. 부활절을 앞두고 24일 염수정 추기경이 방문해 ‘주님 만찬 미사’와 미혼모·아기들을 위한 발 씻기 예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이들에게 사랑과 겸손, 섬김을 다하겠다는 뜻의 의식이다. 그러나 마음자리는 어쩌면 매일이 부활절이다. 힘겹게 지킨 새 생명들이 탄생하고 이들을 돕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김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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