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의 복지시설인 성심원의 한센인 어르신들과 봉사자가 시집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춤을 추었다’를 출간했다. 가톨릭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에서 운영하는 성심원에는 146명의 치유된 한센병 환자들과 30여명의 중증 장애인이 산다. 1959년 문을 연 이후, 숱한 환자들이 이곳을 찾아 몸과 마음의 위안을 얻다 생을 마감했다. 9명 저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 이상이다. 성심원은 산청읍 내리 88-5번지, 지리산 웅석봉 아래에 위치해있다.
2014년 2월부터 성심원과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가 만든 ‘시 치유 모임’에서 풀어낸 글을 모았다. 김성리 인제대 교수가 주말 내내 성심원에 머무르며 지도했고, 필기가 어려운 환자가 많아 저자들이 구술한 시어를 받아 적었다. 대표시 ‘우리들의 무도장’의 저자 노충진(77)씨는 “한센인들은 사회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성심원에서는 같은 처지끼리 모여 구애 받지 않고 생긴 모습 그대로 건들건들 막춤을 추어도 된다”며 “비록 몸은 훼손되었지만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성심원이야 말로 우리들의 무도장이라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시는 고통스러운 병세나 야속한 세상의 눈초리를 대신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소소한 일상을 노래했다.
성심원 원장인 오상선 신부는 “저자들이 '한센인'이라는 주홍글씨가 준 낙인과 세상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생긴 자신들의 상처를 용감하게 시로 토해내는 과정에서 그들은 많이 기뻐했다”며 “한센병 환자의 마지막 세대 어르신들이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소중히 간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집 판매 수익금은 전액 성심원에 기부된다.
김혜영 기자, 한국일보
'신앙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일미사 참례를 하지 못했다면? (0) | 2016.06.01 |
---|---|
아픔의 땅을 사랑과 치유의 섬으로 바꾸다 (0) | 2016.04.27 |
마르틴 루터의 초상화 (0) | 2016.04.18 |
금경축 맞은 문정현 신부 (0) | 2016.04.03 |
사랑, 절망 속에서 우리를 일으키다 (0) | 201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