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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여

하루 생활비 만 원으로 즐겁게 사는 부부

by 두승 2017. 4. 5.


  1년의 절반은 서울 반지하 전셋집에서 보내고, 나머지 절반은 전 세계를 누비는 이들이 있다. 결혼 5년 차 백종민(37), 김은덕(36)씨 부부다. 집을 늘리는 대신 즐거움을 키우면서 살겠다며 2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며 여행했다. 한시도 떨어질 줄 모르는 좋은 친구이자 부부인 이들은 요즈음 가장 비싼 가치인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유하기 위해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 부부가 식비를 포함해 하루에 쓰는 돈은 만 원이다. 한 달 통신요금은 부부 합쳐 6천6백 원. 통화 30분에 문자 30건, 제한 조건에 맞춰 산다. 남편 머리는 아내가 직접 깎아 이발비를 줄인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부부는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다. 식재료는 끼니마다 집 근처 시장에서 조금씩 구입해 60리터 김치냉장고가 크게 느껴질 정도다.

 

  적게 벌고 적게 쓰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세계여행은 하고 산다. 결혼할 때부터 부부의 목표는 세계여행을 하며 사는 것이었다. 5년 뒤로 생각했던 세계여행 계획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1년 뒤로 바뀌었다. 함께 하는 여행이 너무도 좋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열 달 동안 여행을 준비했다. 어학공부를 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짰다. ‘한 달에 한 도시’ 씩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여행경비는 서울 합정동의 신혼집 전세 보증금을 빼 마련했다.

 


  한 달 여행비는 백만 원.  2년 간 20개국을 여행했다. 여행비 가운데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숙박비와 교통비였는데 숙박비를 줄이기 위해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시설과 숙박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제도인데 'Air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홈페이지에 집주인이 임대할 집을 올려놓으면 고객이 이를 보고 예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집주인에게는 숙박비의 3퍼센트를 수수료로 떼고, 여행객에게는 6퍼센트의 수수료를 받는다. 에어비앤비는 평판 시스템을 활용해 투숙객이나 집주인 모두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집 바꿔 살기를 이용해 제주도에서 머물기도 하고 4월엔 공짜 숙소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적게 쓰면서도 얼마든지 여행할 수 있다' 고 말하는 이들 부부. '양쪽이 평등한 관계로 살아가겠다'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가치를 두겠다'  '여행을 자주 다니며 살겠다' 가 식당에서 조촐하게 치른 두 사람의 결혼 선언문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부부는 매일 달리기를 한다. 해외에 있든, 서울에 있든 매일 5km 이상씩 달리며 여행 다닐 때 체력 걱정을 하지 않도록 대비한다. 이들 부부는 세차나 식당 도우미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행 경비를 모은다. 요즈음엔 여행작가로 데뷰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여행 경험을 쓴 '한 달에 한 도시' 와 에세이 '없어도 괜찮아'라는 책을 출판하여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3월 8일  KBS 1TV  '사람과 사람들' 에서 방송 되었다. 
   박성희기자,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