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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여

졸혼(卒婚) 이야기

by 두승 2016. 10. 11.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된 '졸혼(卒婚)'은 말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일본에서는 중년부부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혼을 하면 남이 되는 것과는 다르게 별거하면서도 필요할 때 자주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동안 자녀를 키우면서 누리지 못한 자신만의 시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배우자의 간섭없이 하며 산다. 즉 가족이라는 관계망과 생활의 고리는 걸어놓은 채 '각자의 삶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마하트마 간디가 서른일곱 살에 제안했다는 '해혼(解婚)'과 유사하다. 오랜 시간 깊어진 불화로 부부가 갈라서는 것이 아니라 결혼 역시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그것을 완료하고 자유로워진다는 뜻의 해혼은 인도에서는 낯설지 않은 문화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점이 많다. 남자는 理性이 발달하여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여자는 感性이 발달하여 정서적으로 풍부한 것을 좋아한다. 돈을 쓰는 것도 남자는 다음을 염두에 두지만 여자는 기분이 내키면 바로 지출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남자들은 성공과 성취를 통해 충족감을 맛보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하지만 여자들은 자기의 느낌을 전하며 남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나누는 일에 만족을 느낀다. 그래서 남자는 대부분 은퇴 후 조용한 시골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여자는 자식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생각과 생활 방식이 달라도 한 이불에서 피부를 맞대고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은 양과 음으로 이루어진 자력(磁力)의 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석이 방전이 되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없듯이 사람도 나이를 먹어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변화가 일어나면 남자와 여자는 중성이 되어 자력을 잃은 쇳덩이처럼 갈등을 봉합할 동력을 상실한다.


  앞으로 닥아 올 100세 시대에는 결혼생활이 길게는 70년까지 이어지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가 극에 달한 시대적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긴 시간을 공유해도 결국 서로 다른 객체일 수밖에 없는 성인 두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 손 잡고 한 이불 속에서 잠들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여러 갈등 요소가 존재한다면 졸혼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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