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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생활

100년 전에도 인플루엔자 팬데믹

by 두승 2020. 12. 7.

  1918년 널리 퍼진 인플루엔자는 '스페인 독감' 으로 불렸던 인플루엔자A바이러스에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1918년 초에 첫 대유행을 일으킨 이후 1920년 봄 4차 파도까지 이어진 이 팬데믹은 당시 세계 인구 18억명 중 5억 명을 감염시키고, 대략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2019년 말에 등장해 2020년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전세계 누적 사망자 수가 2020년 12월 3일 기준 150만명인 것을 보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사망자 수가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2,200만으로 집계 되는데, 그 두배에 달하는 숫자가 독감으로 죽은 것이다.

 

  1918년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인후통, 두통, 열과 같은 전형적인 독감 증상이었다. 1918년 초 첫 유행 때만 하더라도 사망자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해 말 2차 파도가 시작될 즈음엔 증상이 세균성 폐렴으로 이어지면서 환자의 피부가 검게 변하고, 수시간~며칠 내 사망하는 등 한층 심각해졌다. 1918년과 1920년 사이 총 4번의 대유행 중에 2차 파도 때 최악의 사망자를 냈다고 한다. 이 독감은 진료기록들과 바이러스의 계통 발생학적 분석 등을 종합해 보면, 미국에서 유래해 지역감염으로 번졌고, 미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유럽으로 퍼져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세계대전에 참전 중이던 나라들은 전시검열로 인플루엔자 유행을 숨긴 데 비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스페인은 유행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는데 이로인해 스페인에서의 인플루엔자 유행이 두드러지게 알려지면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사실은 '미국 독감'이었던 셈이다.

 

  1918년 인플루엔자가 몰고 온 사회적 영향도 컸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개념이 도입되어 학교나 공연, 종교 모임, 대규모 모임 등을 금지시키고, 대중교통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과 같은 시행령이 실시되었다. 이같이 맹위를 떨치던 1918년 인플루엔자는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몇 해에 걸차 4차 파도로까지 이어진 유행이었던 만큼 감염자 수가 많아지고, 점차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게 되고, 그러는 사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축적해가면서 맹독성이 사라지고 서서히 소멸해 가게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