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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방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

by 두승 2023. 6. 26.

요즈음 지리산에 다니며 유튜브를 자주 검색하는데 KBS '다큐3일-하늘 아래 첫집, 지리산 장터목산장' 이라는 동영상이 있어서 살펴보니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생각이 재미있어서 끝까지 시청했다. 

매주 지리산을 오르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신혼여행 중인 외국인 부부도 보이고, 젊은 대학생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올라와서 고생하는 장면도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들을 데리고 지리산 종주를 하는 부부도 있다. 

실직하여 답답해진 마음을 풀어보려고 올라온 사람도 있고 퇴직 후 허무해진 인생 때문에 씁쓸한 마음으로 온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70대에 접어든 고교 동창생 여럿이 같이 와서 이곳에서 팔순잔치 하자며 의기투합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형수(43세)씨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서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는 걸을 수가 없는데도 천왕봉에 올랐다. 살기 힘든 세상에서 자신감을 얻기위해 도전했다고 한다. 남보다 이곳에 오르며 두배의 시간이 걸렸지만 해냈다는 성취감 때문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컴퓨터로 인터넷에서 지리산을 검색해보니 월간 '산'  6월호 기사에 실린 경남 진주에 산다는 정동호(80)씨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지리산 중산리코스 돌계단길을 지금도 4~5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걷고 있다. 등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0년 즈음이라고 했다. 공무원으로 퇴직하고 점차 산이 좋아졌고 운명적으로 천왕봉을 오르기 시작했단다.

2017년 10월 300회 천왕봉 등정에 성공한 데 이어 2020년 2월에 400회, 2021년 6월 500회, 2023년 3월에 600회를 달성했다. 코스는 늘 중산리 칼바위 코스다. 곱고 깨끗한 한복에 하얀 고무신을 신고 천왕봉에 오신 88세 할머니를 만난 뒤 88세까지 천왕봉을 1,000번 오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고 한다.

그분은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천천히 가고,  등산화와 스틱만은 꼭 좋은 걸 사용하라고 권한다. 점심은 삶은 달걀 두 개에 빵이나 떡, 과일 정도로 무게를 최소화하려고 한단다. 그리고 산에 안 올때는 "하루에 걸어서 1만5,000보를 채웁니다. 시내 나갈 일이 있어도 왕복 8km까진 버스를 타지 않아요. 그래야 천왕봉을 갈 수 있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TV를 무심코 보고 있는데 중산리 칼바위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3시간이면 갔다오는 날다람쥐가 있단다. 보통 사람들은 6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사람은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을 연속해서 천왕봉에 오른단다. 믿기 힘든 산행 속도의 주인공은 김요섭씨(65). 쌀가게를 운영 중이어서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정상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 모든 피로가 날아가고, 살아갈 활력을 얻을 수 있기에 계속 찾는단다. 그렇게 천왕봉을 1,600회 이상 올랐는데  'SBS 세상에 이런 일이' 에 출연해서는 천왕봉 세 바퀴에 도전해서 가볍게 성공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80살이 될 때까지만 산에 다니려고 했는데 이제 욕심을 더 부려봐야겠다. 걷기 힘들 때까지 산에 다니자. 산길에서 쓰러지더라도 이 나라, 저 나라, 이 산, 저 산 세상 구경 할만큼 했으니 후회할 일도, 원망할 것도 없고 병실에서 심한 고통을 느끼며 기저귀 차고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바람소리, 새소리 들으며 자연을 벗삼아 죽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