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상방

중년의 기억력과 판단력

by 두승 2016. 12. 7.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젊었을 때는 기억력이 참 좋았는데 지금은 친구 이름도 갑자기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하면서 기억력이 감퇴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젊었을 때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은 대개 고도의 주의집중이 필요한 것이 많다. 조금 전에 연락했던 거래처의 전화번호를 빨리 기억해 낸다든지, 방금 전에 헤어진 이성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 순간에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세심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자동적으로 더 집중을 하게 된다.


  젊은이들과 달리 나이든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사안들은 살아가는 동안 쌓은 경험에 의거해 더욱 넓은 시각에서 조망해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객기인지 군용기인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다투는 어린이들에게 지나가던 어른이  “얘들아, 그건 둘 다 비행기야” 라고 젊잖게 타일렀다는 일화가 말해주듯이 때로는 그냥 비행기만으로도 필요한 대답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럴 경우에는 여객기인지 군용기인지를 가리기 위해 불필요한 인지적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위에는 기억력을 보완해줄 유용한 기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시중에 나오고 있다. 이제는 많은 친지들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외우고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 손에 있는 휴대전화는 예전에 집집마다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부보다 더 많은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실에 비치해 두었던 ‘백과사전’ 보다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한 개인이 기억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은 주어진 정보를 이용한 ‘문제해결’ 능력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실제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중년 시기에 절정에 달한다. 복잡한 일이 생겨도 서두르지않고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은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이 훨씬 우수한 편이다.
  한성열 심리학 교수, 주간경향




'명상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 박근혜 파면 사유  (0) 2017.03.11
황창연 신부의 행복특강  (0) 2017.03.01
우리는 승리하리라  (0) 2016.11.28
1979년 10월 26일  (0) 2016.11.26
중산층에 닥치는 '실버 파산'  (0) 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