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세종시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학부모 콘서트에 400명의 학부모가 모였다. 강사는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다. 송 부사장이 통계와 데이터에 기반해 "여러분은 자녀들을 의사, 약사, 회계사로 키우려고 학원을 뺑뺑이 돌리는데, 이러한 직업들은 현재의 아이들 세대에 사라질 위험이 크다"고 말하자 학부모들은 "어떡해" 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송 부사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학원 보내는 게 의미 없다고 했는데.
"지금 사교육의 목적은 좋은 대학에 보내 좋은 직장 잡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명문대→대기업 = 성공한 삶' 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빠르고 인간 수명이 늘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의 금과옥조였던 '평생직장'이 없어지고, 대학 4년간 배운 전공 하나로 30년씩 회사에 다니며 먹고 사는 시대가 끝나간다. 미래 기업들은 필요할 때 프리랜서를 쓰는 고용 형태로 가고, 평생 고용 같은 것은 아예 없어진다. 우리 학생들은 100년 동안 살면서 계속 새 기술을 배우고 인공지능과 경쟁해서 일을 찾아가며 살아가야 한다."
―좋은 대학 나와도 의미 없다는 뜻인가.
"지금 대부분의 '일'은 매뉴얼이 짜여 있어서 그동안 해온 대로, 즉 위에서 시키는 대로 가장 잘하는 사람이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지식이 많은 사람, 그걸 증빙해주는 소위 명문대 졸업장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데, 이제 '지식'이나 '근면' 등 인간적 능력으로 하는 일은 점점 가치가 작아진다. AI(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방식이 정해진 일들은 자동화 물결에 사라질 것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뭔가.
"미래에는 세상의 문제들을 포착하고, 풀어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만이 살아남는다. 지금처럼 개개인이 가진 암기 지식의 양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 지금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국·영·수 선행 학습을 시킬 게 아니라 협동과 적응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미래 인류는 다양한 구성원이 협동하고 집단 지성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협력하고 공감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해진다. 또 우리 아이들 세대는 앞으로 100살을 살면서 평생 자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1차, 2차, 3차, 4차 산업혁명 사이의 기간은 점점 짧아져 몇십년 후 또 어떤 대변혁이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때 필요한 게 적응력이다. 변화에 적응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부모들은 학원 안 보내면 불안할 텐데.
"오히려 지금 우리가 대졸 러다이트(luddite·산업혁명 시대 기계화에 반대한 영국 노동자들)를 양산하고 있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뭔가 잔뜩 배워놓긴 했는데 막상 자기 시대에 쓸모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들은 지금부터라도 내 아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를 파악하면서 개성과 창의성을 키워줘야 한다. 누구에게나 적성에 맞는 일,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있는 법이다."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나친 사교육은 미래뿐 아니라 현재에도 큰 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모는 매달 수십만~수백만원을 사교육에 쓰면서 아이 성적이 오르길 바란다. 부모·자식 간 채무 관계를 형성하는 꼴이다. 100세 시대 자신의 노후는 대비하지도 못하면서 돈을 쓰고 있는데 기대치와 실적이 일치하지않으면 부모는 속상하고 자식들은 마음의 문을 닫는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우선 현재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박승혁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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