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세가 된 임판례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지근거리에서 어머니를 챙기던 첫째 딸 장은순(80)씨가 지난해 8월 암 진단을 받으면서 거처를 집에서 요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임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어서 상당한 액수의 요양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현행법상 부양의무자인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슬하의 자녀는 아들 넷, 딸 셋이다. 대부분 노년기인 이들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다. 그나마 일곱 남매 중 세 명만 어머니의 요양원 비용(월 60만원)을 나눠서 내고 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90세 전후의 노부모를 모시는 '자녀 노인' 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녀 노인 자신도 부양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 우리나라엔 제도 미흡과 노후 자금 부족으로 부모와 자식을 돌보며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에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파장, 재원 문제 등을 고려해 제도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비수급 빈곤층 중에서 더 급한 가정부터 책임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 소요 예산도 완전 폐지(10조원 추정)와 비교해 적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수급자와 부양의무자가 노인과 노인이거나 장애인과 노인 가구에 한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 연 1750억원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도 대부분 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는 입장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토론회에서 "복지가 국민의 존엄성을 지키는 출발이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개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저의 대표적 공약" 이라며 부양의무제 폐지 의사를 밝혔다. 안철수 후보도 단계적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질적 부양 능력을 감안해 제도를 보완하고 취약계층이나 주거급여부터 차차 폐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심상정 후보는 부양의무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종훈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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